피곤에 찌들은 몸을 달래려고 느릿느릿 길을 걸으며 바다를 향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는 온통 불바다입니다. 일상을 벗어났을 때야 비로소 보이는 저 아름다운 풍경들.... 늦가을이 주는 쌀쌀함과 상쾌함을 느끼며 길을 걷는 내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단풍이 물들 무렵의 풍경은 한폭의 그림입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색의 변화.... 가을 풍경은 누가 찍어도 사진작가가 됩니다. 이 아름다운 사진풍경을 누가 똑딱이 디카로 찍었다고 하겠습니까? 바쁠 게 없는 하루, 느릿느릿 길을 걸으며 혼자 사색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지요. 바다로 가는 길목에 놓은 저 느티나무는 지금 온통 불바다입니다.
일상을 벗어나 느릿느릿 걷다보면 내 앞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보입니다. 붉은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단풍 물든 감나무 잎사귀 풍경을 렌즈로 바라보는 동안 칙칙하게 찌들었던 내 마음도 조금씩 붉게 물이 듭니다.
탐스럽게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먼나무 잎사귀는 지금 점점 은행잎처럼 노랗게 변해 가고,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는 더욱 빨갛게 변해 갑니다. 짙푸른 하늘 아래 점점 깊어져 가는 아득하도록 아름다운 저 가을의 빛!
바다가 보입니다. 아아 광활한 바다에도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해변 절벽에 자라는 바위솔을 찍기 위해 가던 나는 바위솔을 찍는걸 잊고 가을 풍경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키가 작은 갯강아지풀 앞에 납작 엎드려 바다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이 무한한 색의 변화를 들여다 보며 나는 참 행복합니다.
바다에도 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억새 몇 그루가 바다를 다 가리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가을 바다 풍경을 나타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노랗게 물든 바다는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해도 누가 저 대자연이 연출한 그림만큼 아름답게 그리겠습니까?
바다에서 보는 가을 풍경은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가을 석양이 갈대꽃에 잠시 머물자 가을빛에 겨워 붉게 타오르던 갈대들이 바람에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막바지 가을 풍경을 렌즈에 담으며 오늘 하루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바다는 언제나 따듯하고
힘이 넘친다
우리가 가끔 은신처처럼 드나들던 바다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한결 따뜻하지 않은가
거품 물고 엎어지며 절망했던
가슴 시린 사랑도
저기 저 수평선 근처에서 꽃 핀다
사랑하는 사람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고 있는 갈매기의 꿈이
오늘 저 바다에서 꿈틀거린다
재가 되고만 한 때의 아픈 사랑도
이 바다에서 활짝 꽃 핀다
나는 오늘 한 줌 재가 되고만
시린 사랑을 꺼내어 보다가
연분홍 봉투에 곱게 싸서
바다 근처에 묻어둔다
이 넓은 바다에 와서
너도 피어오르는 저 파도의 꽃을
한나절 바라보아라
맑은 바다의 얼굴을 매만지며
물결이 물결을 쓰다듬는
저 수평선을 쳐다보아라
한나절 저 넓은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면
오랫동안 묵혀둔 그 사랑도
바다에 꽃 피어 출렁거리리
숯검정 같은 아픔도
이제는 웃으며 다 덜어낼 수가 있으리
사랑하는 사람아
너도 가끔 이 바다를 찾아와
빨간 등대 근처에 숨겨놓은 연분홍 추억의 봉투를
몰래 뜯어보아라
詩 '등대에 사랑을 묻어두고' 전문.
촬영: 2008. 11. 5. 해운대/송정에서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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