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박재동

  들판이 나를 불러

바람에 흔들리러 집 나온
들꽃들을 보겠네
봄 들판이 나를 불러 그것들을 보여주네 갑자기 저,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의 숨소리가 가까이 들리네
숨가쁨이 삶이 아니라면 온 들판 저 노을이
새들을 끌고 내려와 덮인들 아름답겠나

 
봄은
참았던 말들 다 데려다 어디서 어디까지 응얼대는 걸까
울컥
떠오르는 꽃 한 송이가
온 세상을 흔드는 것 보겠네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고
어둠은 어느새 내 뿌리 근처에 내려와 속닥거리고
내 발소리 어둠에 뒹굴다 별이 되면 거기
내 뿌리가 하얗게 글썽임에 젖고 있네
살아 있는 것이 글썽임이 아니라면
온 하늘 별로 채워진들 아름답겠나
그렇게 봄 들판은 나를 불러 봄 들판이게 하고

 

_장석남

만화가 박연

1980년  단행본 「환상의 폴로네이즈」로 데뷔
1992년 「발바닥 만큼한 이야기」제5회 YWCA 우수만화상 수상
1996년  금성출판만화상 수상
1998년 「넝쿨이는 세살 반」제1회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 대

           상 수상


 박연은 데뷔 직후인 1982년 귀향, 환경운동(공추련, 환경운동연합 등)과 농사일을 하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만화가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이다.
 생활과 자연 속에서 얻은 소재로 온 가족이 함께 읽기에 좋은 따뜻한 내용의 만화를 다수 발표했다.

 현재 초등학생용 '들꽃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엄마의 밥상>(가제)을 준비중.

 

대표작품「환상의 폴로네이즈」, 「비창」, 「계곡의 파라다이스」, 「발바닥 만큼한 이야기」, 「나비날개」, 「넝쿨이는 세살 반」, 「넝쿨이와 작은 친구들」, 「패랭이꽃」, 「해피데이」등

들꽃이야기 미리보기




 

 

 

 

 

추천사


 …도시의 식민지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농촌에서 무릉도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오늘날 학교와 병원과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시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농촌도 다르지 않다. 살충제나 제초제를 피한다 해도, 돈이 있어야 땅도 갈고 씨앗도 뿌릴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무릉도원은 없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들꽃이야기』는 도시인들에게 귀농을 안내하는 책은 아니다. 농촌과 자연을 잊은 도시인들에게 땅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농촌과 자연은 단순히 우리에게 농작물이나 경치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들꽃이야기』는 깨닫게 한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책장을 덮고 나니 지치고 메말랐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하게 치유되는 듯하다. 아련한 기억 속에 남은 고향의 풍경이 잠시 마음에 펼쳐진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할 때 비로소 인간은 겸손해지고, 겸손해질 때 넉넉하고 우정 어린 마음으로 이웃과 자연을 바라보게 되는가보다. 『들꽃이야기』가 전해주는 이 작은 깨달음이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추천사 중에서)

박병상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작가의 말


 도시에 살던 시절엔 내게 어울리는 계절이라야 그럭저럭 추위를 견딜만했던 겨울이 전부였다. 겨울은 그 당시의 내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상실과 무감각이라는 단어들과 함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졌을 때, 어찌어찌해서 기어들어와 둥지를 틀게 된 곳이 할머니가 사시던 다 쓰러져가는 흙담집이었다. ‘1919년 기미년 축성’ 이란 먹빛이 대들보에 아직도 남아있는…. 여름은 시원하고 좋았는데 황소바람이 쑹쑹 들어오는 집에서 겨울을 나자니 죽을 맛이었다. 게다가 휴전선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이곳의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다.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10월 말에 벌써 첫눈이 휘날렸다. 그리고는 겨울 내내 인정사정없이 눈보라를 뿌려대는데 봄이 언제 오려나 저절로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왔구나 싶으면 4월에도 눈발이 펄럭이고, 5월에 우박과 서리가 내리는 건 예사였다.
 그렇다. 그 이후로 나는 봄을 확실하게 인지하며 살게 되었다. 봄이 가져다준 햇살과 바람과 흐르는 강물소리, 생명이 움트는 모습과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완전한 변신을 이루는 자연의 모습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봄날에 내리는 눈발이나 꽃샘추위도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 늦게 봄을 헤아리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제 앞으로 내가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가끔 염려를 하기도 하는 자연인이 되었다.
 … 사노라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생활의 찌든 때를 다 벗겨내기가 쉽지 않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그리고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사는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그 행복을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들꽃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박 연 (들꽃이야기 지은이)

<들꽃이야기> 1권은 초판이 거의 소진돼서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은 홍대 앞 한양문고 http://www.toonk.com 에 서너권 남아 있으니까(2007년 9월 20일 현재)

책을 구해보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온라인 상에서는 품절로 나오지만)

연재 분량은 2권을 낼 정도가 거의 모였으니까

2권 발행과 함께 (이런저런 오류를 수정해서)1권 재판을 내줬으면 좋겠는데

출판사 상황상 2권 출간도, 1권 재판도 별로 가망없어 보이네.

뭐,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길 기대하는 수 밖에...

 

작가 박연은 현재 초등학생용 들꽃이야기랄 수 있는 <엄마의 밥상>(가제)을 준비 중이야.

나도 책 만드는 데 한 몫 거들어보려고 아둥바둥.

1권 원고는 모두 끝난 상태고, 이런저런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

 

위에 '초등학생용'이라고 썼지만,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엄마들이 꼭 읽어봐야할 만화야.

엄마랑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겠고.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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