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石(산석) 산길 韓愈(한유)





山石犖确行徑微(산석낙학행경미)

돌멩이 울묵줄묵 산길은 좁은데,

黃昏到寺蝙蝠飛(황혼도사편복비)

황혼 무렵 절에 이르니 박쥐들 나다닌다.

升堂坐階新雨足(승당좌계신우족)

본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비도 흠뻑 내리고,

芭蕉葉大梔子肥(파초엽대치자비)

파초 잎은 넓어지고 치자 열매도 살 올랐다.

僧言古壁佛畵好(승언고벽불화호)

스님은 낡은 벽의 부처 그림 좋다면서,

以火照來所見稀(이화조래소견희)

불 아래 비쳐보니 그림은 희미하다.

鋪床拂席置羹飯(포상불석치갱반)

자리 펴고 상 놓고 국과 밥 차렸는데,

疏糲亦足飽我饑(소려역족포아기)

현미 잡곡이지만 나의 시장기 채우기 족하다.

夜深靜臥百蟲絶(야심정와백충절)

밤 깊어 조용히 누우니 벌레소리도 잠잠한데,

淸月出嶺光入扉(청월출령광입비)

밝은 달 산을 넘어 뜰 안에 가득하다.

天明獨去無道路(천명독거무도로)

날이 밝아 홀로 나서니 길은 따로 없어,

出入高下窮烟霏(출입고하궁연비)

산 넘고 고개 넘어 안개구름 헤쳐 간다.

出紅澗碧紛爛漫(출홍간벽분난만)

붉은 산 파란 개울물 난만하게 어우러졌고,

時見松櫪皆十圍(시견송력개십위)

여기저기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들.

當流赤足踏澗石(당류적족답간석)

개울물 만나 발 벗고 징검다리 밟고 물 건너니,

水聲激激風吹衣(수성격격풍취의)

물소리 콸콸 나고 바람에 옷자락 날린다.

人生如此自可樂(인생여차자가락)

인생은 이렇게 스스로 즐길 만도 한데도,

豈必局促爲人鞿(기필국촉위인기)

어찌 구차하게 남에게 매여서만 살 것이냐?

嗟哉吾黨二三子(차재오당이삼자)

여보시게 벗님네들!

安得至老不更歸(안득지로불경귀)

늙어는 가는 데 어찌 돌아오지 못하는가?





한유(768~824): 중당을 대표하는 대 문장가이자 당송팔대가중 일인. 자는 퇴지(退之)이고,

하양(河陽:지금의 하남성 맹현)사람인데, 선조가 하남성 창려(昌黎)에서 살았기에 창려선생이라 칭하여지며 시호는 문공(文公)이다.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형수인 정씨에게 양육 되었고, 어려서부터 각고면려하여 육경과 백가에 통달하였고, 특히 성인의 도를 밝히는 데 뜻을 두어 마침내 중국역사를 통하여서도 그 이름이 빛나는 대 문장가가 되였다.

현종 정원8년(792년)에 진사가 된 후, 벼슬이 이부시랑(지금의 행정자치부 차관)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한때는 그의 강직한 성품으로 인해 헌종이 불골(佛骨:부처님 사리)을 맞아들이는 것을 반대하다 남방의 조주자사(潮州刺史:지방 행정관)으로 좌천 된 적도 있었다.

그는 고문대가로 당송팔대가 중 일인이기도 하지만 詩에서도 탁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고전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유종원과 더불어 고문복구운동에도 힘을 기우려 고문 복구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여 기발한 시어를 사용하거나 시구에 있어서도 자수와 구법의 변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그의 시는 기험괴벽(奇險怪癖)하다느니 압운한 산문에 불과하다느니 하는 악평을 받았지만 후대, 특히 송대(宋代)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송시(宋詩)가 당시(唐詩)와 다른 면모를 갖추는 데 커다란 일조를 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작품집으로 (昌黎先生集)이 있다.




주1)낙학: 산에 바위가 많고 길이 험함.

2)편복: 박쥐 편, 박쥐 복.

3)갱반: 채소와 고기로 끊인 국과 밥.

4)소려: 거친 곡식. 현미잡곡.

5)연비: 안개구름, 안개 비.

6)송력: 소나무와 참나무.

7)국촉: 부자유스러움. 局束이라고 한 판본도 있음.

8)위인기: 남에게 얽매어 지내다.





1200년 전 창려선생께서도 세속의 그 모든 일을 잠시 접어두고 여름휴가로 조용한 산사를 찾은 모양이다. 전편을 통해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깨끗하게 묘사하면서도 표현은 시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산문에 훨씬 가까운데, 특히 마지막 “安得至老不更歸(안득지로불경귀) 늙어는 가는 데 어찌 돌아오지 못하는가?”라는 구는 도연명의 시 (귀원전거)나 (귀거래사)를 연상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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