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청평 호반에 다녀왔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바람이나 좀 쐬고 싶어서였다고 하면 너무 고상하게 들릴 테고, 다름이 아니라 그냥 "송어회"를 여기에 가면 먹을 수 있다기에 그냥 휭하니 나들이 삼아서 나간 것이었습니다. 대충 춘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서울에서 얼마 걸리지 않더군요.
그런데 먹고 싶던 송어회 파는 가게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펜션들만 있더군요. 아마도 네비게이션을 따라 갈 때 찾기 쉽게 청평호반펜션을 찍고 갔더니만 그렇게 된 것 같더군요. 산천어라도 팔면 덥썩 먹었을텐데 말입니다. 하긴 그런 음식을 먹고 이 시간에 사진을 올리면 다들 화를 내시겠지요.
인증샷입니다.

식사와 커피라고 써 있기에 일단 차나 한 잔 하고 나가려 했는데, 웬걸 가게 가득 식사하는 사람들 뿐이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파는 음식은 종로나 인사동 골목의 주점에서 파는 그런 종류더군요. 주변에 오로지 펜션들 뿐(길을 잘못 든 탓이겠지요만)인데다가 그나마 몇 개 있는 식당과 찻집이 다 문을 닫은 상태라서인지 정말 차만 한 잔 마시고 나가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통나무로 짠 만든 식당 건물은 아늑하고, 약간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드는 집이라고나 할까요. 하여 자리를 잡아 앉은 뒤 차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지원이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는 바람에 이곳에서 수제비와 공기밥을 시켜서 먹게 되었습니다.
나무를 때는 난로에서는 자작하니 약간 매케한 장작 타는 냄새가 나고, 실내는 은근히 따뜻해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더구나 서빙을 하는 사장님이 지원이와 금방 친해지는 바람에 기분도 즐거워진 데다가 음식 맛 역시 조촐한 식당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기에 오로지 송어만을 생각하고 온 길이었지만 수제비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더군요.
먹기 위해서 온 길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괜찮은 식당에서 분위기 좋게 식사 한 끼를 했더니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대신 덕분에 가벼워질 뻔한 지갑도 수제비 2 인분의 지출만으로 끝났고(물론 그 뒤에 다시 호반의 찻집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랬습니다만) 말이지요. 두 여인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습니까?
가끔은 이렇게 휭하니 살짝 아무 일 없이 바람만 코에 불어넣고 돌아와도 세상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왜 이리 자주 나가 보질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청평 호반의 야경입니다. 노이즈가 자글자글하지만 그래도 보기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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