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인 화요일에 화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5일 연짱 하루 5시간 정도 자면서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어제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김밥 싸들고 성내역에 도착했습니다.
어떤 상가건물 주차장의 경비아저씨가 화분 분갈이를 하는 틈을 타
몰래 도둑주차 하고 나왔습니다.
한발 늦게 나온 경비아저씨가 뭔 장부 같은 것을 들고
저의 애마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더군요.
연락이 오면 빼려고 했는데 아무 연락도 없길래
일행 4명과 짚차를 타고 화악산으로 날라버렸습니다.
광덕산에 먼저 들르자고 해서 가봤습니다.
거북꼬리도 아니고 좀깨잎나무도 아닌 녀석과 또 만나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짓을 2년 연속 했습니다.
거의 흰색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짚차를 타고 돌길을 올라가는데
쿵콰당 쾅쾅 로데오가 따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탄력을 붙여 올라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커브길에서도 그러니까 솔직히 겁도 좀 나더군요. ㅎㅎㅎ
이곳에서 자라는 등칡의 꽃이 여러 가지 색이라고 하니
내년 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와봐야겠습니다.
'미역줄나무'의 열매는 어떤 것은 붉고 어떤 것은 덜 붉었습니다.
'두메담배풀'이나 몇 컷 담아보았습니다.
길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 펴고
각자 싸온 점심을 나눠 먹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위에서 짚차가 한 대 내려오지 뭡니까?
그 바람에 얼른 돗자리 걷어내느라 김치통이 엎어지고
그걸 손으로 주워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KBS 마크가 찍힌 짚차를 몰던 사람은
괜찮으니까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굿 매너를 보여주더군요.
어 퓨 굿맨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허리라 짚차 로데오에 힘들어하시는 어르신과 함께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여러 식물을 잘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아주 싱싱한 '병아리난초'를 제가 발견하고는 널리 알렸습니다.
높은 곳에 '뚝갈'이 자라니
아직 피지 않았는데도 그런 대로 뽀대가 납니다.
순간적으로 흰색으로 핀 큰세잎쥐손이가 눈가에 스쳤습니다.
그걸 알렸더니 다들 못 믿겠다는 눈치더군요.
흰색으로 피는 게 있을 리도 없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그걸 어떻게 보았겠느냐고 말입니다.
내려서 확인해봤죠.
제 말이 맞았습니다.
주변에 만삼으로 보이는 덩굴도 있더군요.
근처 숲으로 들어가니 동자꽃과 말나리가 군락이었고
'도라지모싯대'로 보이는 커다란 꽃도 있었습니다.
꽃차례가 가지를 치지 않고 일렬로 달리는 점이 다르답니다.
높은 언덕에 '곰취'가 피었길래 토사가 흘러내리는 미끄러운 길을
욕심껏 올라가 찍었습니다.
이곳의 바위채송화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요.
대개의 도감에는 이곳의 것처럼 잎이 짧은 것을 바위채송화라고 제시했지만
모 선생님의 책에 바위채송화라고 제시된 사진의 것은 잎이 길쭉한 게
제가 내장산에서 찍은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일단 대개의 도감에 제시된 사진, 즉
이곳 화악산에서 자라는 것을 진짜 바위채송화라 한다면
모 선생님의 책에 제시된 것(제가 내장산에서 찍어온)은 과연 뭐란 말입니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바위채송화말고 돌채송화라는 게 있던데
어느 도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돌채송화가 혹시 그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난쟁이바위솔'은 그냥 지나치길래 제가 또 불러세웠습니다.
한 여자분이 제 아래께에서 찍다가 그만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엉덩이로 떨어졌고 또 카메라는 낙엽 위에 떨어져서 큰 이상은 없었지만
그 장면을 본 제가 그만 정신적 외상을 입었습니다. 으~~~
괜찮다며 저를 안심시키려 애썼지만
나중에는 엉덩이가 아파 죽겠다더군요. ㅋㅋ
실은 저도 오대산에서 나무의 이끼를 밟아 그대로 꽈당 하고 넘어지는 바람에
카메라를 완전 중고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조금 깨지고 긁히고 그랬습니다.
새끼꿩의비름 또는 세잎꿩의비름인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느낌상 새끼꿩의비름이 아닐까 기대하는데
안타깝게도 살눈 같은 건 보이지 않더군요.
'파란여로'를 발견했습니다.
엉겅퀴 종류가 여럿 보였는데
고개를 숙이는 걸로 봐서 도깨비엉겅퀴에 가깝지만
도깨비엉겅퀴는 모가지가 길고 대개 꽃이 한 개씩만 피는데
이건 모가지가 짧고 꽃이 여러 개가 달리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영 찜찜해서리...
돌아오는 길에 손님 바글대는 오리구이집에 들러서
돌판에 1마리 반을 구워먹고 동동주 나눠 마셨습니다.
얼마나 먹어댔는지 배가 다 ET처럼 똥똥해지더군요.
우리가 말렸지만 동행하신 어르신께서 기분 좋게 쏘셨습니다.
모처럼 참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여기다 차를 세워놓으면 견인조치를 하겠다는
노란 경고장을 오른쪽 유리창에 그대로 붙인 채 집으로 오고 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남들은 200장 정도 찍었다는 사진을
저는 670장을 찍었으니 참...
제게는 사진이 곧 재산인지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다음에는 등대시호 보러 설악산 가기로 예약했습니다.
벌써부터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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