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지명과 벌인 사투 - 3만5천여 개의 지명을 표기하는 고난의 행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사회과부도라'고 역사와 사회를 배울때 요긴하게 쓰이던 세계 지도책이 있었다. 요즘이야 유학이 보편화 되었고 세계여행을 옆동네 가듯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다지 필요없는 책이 지리학적인 요소와 정보가 부족한 우리때는 꽤 요긴하게 쓰였던 세상과의 거리가늠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오락적인 재미도 있었다. 지명하나를 두고 '누가 빨리 찾나'라는 페이지 놀이(?)와 도시 이름과 나라이름의 순서를 외우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책으로 퍽 요긴하게 썼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사회과부도는 제약과 규약이 많았던 세상과의 꿈을 키워주던 책이었고, 우리나라가 제일 클줄 알았던 철부지 소년에게는 현실과의 만남이었다. 처음 '지도로 보는 세계사'를 봤을 때, 그런 사회과부도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전에 지도와 관계된 역사서와 세계사가 물론 많이 나와 있었지만 거의 인문 성향이 강했었고 체계적인 지도로 보는 세계의 흐름을 파악해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크기와 두께, 그리고 무게가 다른 책과의 비교를 거부하는 거대한(?) 책이 있어 내 눈길을 끌었다. 크기는 대충 30cm 자로 재봐도 훌쩍 넘는 빅사이즈의 모양새와 무게 또한 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중량감으로 얼핏보면 질리기 딱 좋은 사이즈로 나온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건 범상치 않는 외모와 다르게 '조르주 뒤비'라는 끌리는 저자 이름과 본문의 세세한 역사흐름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거대한 책은 '어떻게 만들었을까?'에 대한 내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만들어진 것을
훑어보기에도 버거운 글과 지도, 그리고 많은 지명들. 번역과 편집이 장난이 아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 호기심을 풀어보기로 했다.
책을 만든 '생각의나무'를 찾았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를 만든 출판사이고 다행히 일하는 곳과 비교적 가까운 곳이여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내 특기인 무작정 찾아가기를 무례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ㅠㅠ 책임 편집했던 편집팀장은 외근을 나갔고 편집장 또한 자리에 없었다. 할 수없이 오후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퇴근 시간에 맞추어 오기 비슷한 호기심으로 다시 찾았고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당 편집자는 필요한 글과 이미지(편집자 사진)를 고사를 했다. 그 이유는 편집자 특유의 쑥스러움이었다. 몇 번의 강요와 협박(? ^^;;)에 협조를 얻었고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 호기심을 해결하였다.
그럼 자칫 무모해 보이는이 방대한 책을 편집한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의나무 외부와 편집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5대양 6대주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지도들에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거장 조르주 뒤비의 이름값까지 더해져,<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담당 편집자의 기선을 단번에 제압하는 책이었다. 520여 개의 지도, 지도 속의 지명만 3만5천여 개, 전세계의 역사를 아우르는 해설, 대형 판형에다 400여 쪽에 달하는 분량.... 이런 책을 만난 건 분명 흥미진진한 모험의 기회이기도 했지만, 이 방대한 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았다.
어떤 책이든 편집자의 속을 끓이는 부분이 있겠지만, 책의 성격에 따라 어려운 측면은 각기 다른 법. 이 책을 떠올리면 3만5천여 개의 지명을 바로잡으려 좌충우돌했던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명의 방대함이 실감나지 않는 분을 위해 편집 과정 중 일부를 얘기하자면, 번역자가 원서의 지도 위에 각각 트레이싱페이퍼를 붙인 뒤 거기에 일일이 지명을 번역해 적어넣었는데, 디자이너가 그것을 단순 입력하는 데에만 꼬박 한 달 반이 걸릴 정도였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물론 대한민국 지식의 최전선이라는 네이버 '지식in'에 조차 등장하지 않는 지명들까지 표기법을 하나하나 바로잡는 일은 그야말로 독초를 즈려밟고 가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사실 외래어맞춤법에 맞게 말들을 바로 잡는 작업은 편집자들의 겪는 일상적인 일이긴 하지만, 생전 들어본 적조차 없는 지명들과의 사투는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게다가 이 책의 내용이 시대의 변천을 훑고 있어서, 특히 이민족의 침략이 많았던 지역의 경우에는 시대에 따라 지명이 달라지는지라 더욱 혼란이 컸다. 가령 그리스의 영토였을 때는 '비잔티온'으로 불렸으나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비잔티움'으로 바뀌는 식의, 수많은 지명들의 변천은 편집자가 원서를 확인하고 지도의 맥락을 파악해야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변천이 없는 지명에 한해서는 '전체 검색'을 이용해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지도의 경우는 검색이 불가능한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지라 편집자들이 하나하나 지명들을 바로잡는 것 외에는 달리 수정할 방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빨간 펜을 들고 눈을 부릅뜨고 편집자가 일일이 '노가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이 사투의 마지막에는 각각의 지명들을 하나의 포맷으로 합치는 색인 작업이 남아 있었다. 하나의 지명이 서로 다른 지도에서 다르게 표기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다시 지도와 색인에 이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일 역시 편집자들의 진을 빼놓는 작업이었다. 특히 헛갈리는 지명들의 경우엔 더더욱 세심한 확인이 필요했다. 이해하기 손쉬운 예를 들자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주도 '컬럼비아'(Columbia)와 남아메리카에 있는 나라 이름 '콜롬비아'(Colombia)의 경우 각각 지도를 확인하고 표기법도 맞추어 정리한 뒤 두 개의 색인 항목으로 나누어 쪽수를 표기해줘야 하는 식이었다. 글자로 치자면 두 글자 차이밖에 안 나지만 그 하나로 완전히 다른 지명이자 완벽히 다른 정보가 되어버리니, 그 작업이 지난하더라도 여러 명의 편집자들이 열심히 교정지를 들여다보며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컬럼비아나 콜롬비아나 힐끗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두들겨보며 가장 먼저 돌다리를 건너는 이들이 편집자가 아닐까. 가끔 만나는 부실한 돌에 걸려 물에 빠져서는 투덜대기도 하지만, 그리고 튼실하지 못한 돌들 때문에 뒤에 다리를 건너는 이들에게 돌 맞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지만, 그렇게 시험 삼아 가장 먼저 돌다리를 건너는....
임윤희 생각의나무 제2팀장
본문내용

임윤희 팀장이 편집한 책
마키아벨리 (레오 스트라우스 지음/함규진 옮김/구운몽)
마키아벨리는 서로 상반되는 명성의 소유자이다. 대중적으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앞에서 도덕을 무시하는 냉혹한 모략가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서양 지성사의 맥락에서 그는 ‘근대 공화주의의 선구자’ ‘이탈리아의 진정한 통일을 염원한 민족주의자’ 등으로 칭송된다.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치사상 연구자 쿠엔틴 스키너Quentin Skinner는 전자의 관점이 얄팍하고 평면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레오 스트라우스를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다. 그러나 스트라우스의 마키아벨리 이해는 얄팍하지 않다. 그는 ‘악의 교사’로서 마키아벨리를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마키아벨리에 대한 가장 유용한 관점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이 사악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마키아벨리를 둘러싼 명성의 실체를 해명한 책.
안녕 뉴욕 (백은하 지음/씨네21)
'뉴욕의 데이 트리퍼' 백은하 통신원이 전하는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을 담고 있는 책.<씨네 21>온라인에 연재되었던 영화 에세이<애비뉴 C>를 바탕으로, 영화의 도시 뉴욕을 즐길 수 있는 몇몇 팁과 시네마테크 정보들과 뉴욕이라는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영화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408일간의 여행서
이외에 '드라마를 쓰다' 와 '내 인생의 영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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