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민들레꽃>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신천지≫ (1950)
조지훈 <민들레꽃> -2-
작품 감상의 길라잡이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이 있다. 더욱이 외로울 때는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이 그 무엇보다도 절절하다. 현재 서정적 자아는 임과 이별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고, 사랑은 계속 존재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여긴다. 이 시는 민들레꽃 한 송이를 보면서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심정을 독백한 작품이다. 일종의 연가(戀歌)인데, 다른 연가와는 달리 강렬한 애정을 호소하지 않고 임에 대한 그리움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듯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이 시의 화자는 외롭고 그리운 마음을 의인화한 민들레꽃 한 송이를 통해 사랑을 다짐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죽도록 사랑하는 임의 현신(現身)일 수 있는 민들레꽃을 바라보며,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외로운 화자의 그리움을 여성적인 어조로 나지막이 고백하고 있다.
이 작품의 시상 전개에서 특이한 것은 화자가 위로의 대상으로 그저 '바라본 민들레꽃'이 오히려 화자를 '바라보는 민들레꽃'으로 전화(轉化)되어 만남을 이루는 상황이다. 이것은 물론 시인의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 내용 고갱이 ▦
1. 성격 : 연가적(戀歌的), 여성적, 고백적
2. 표현상 특징
(1) 연가풍의 고백적 어조
(2) 시각적 이미지로 대상을 형상화함.
(3) 사물을 의인화함.
◎ 시의 구성 돋보기 ◎
[1연] 외롭고 그리운 마음
->시적 자아는 마음이 외로울 때는 민들레꽃에서 그리움을 느낀다고 했다.
[2연] 임이 되어 다가오는 민들레꽃
-임과 나의 거리감
=>1-2연에서 까닭 없는 외로움으로 민들레꽃 한 송이조차 그리워지는 화자의 마음은 아득히 먼 거리에서 민들레꽃이 되어 찾아 온 임의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
[3연] 임에 대한 사랑의 다짐
->그 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생명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4연] 임으로 현신(現身)한 민들레꽃과의 만남
-임에 대한 그리움
->현실적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보고 싶은 임, 너무도 간절히 보고 싶은 임이기에 길가에 핀 노오란 민들레꽃을 ‘그대의 맑은 눈’으로 여기면서 임과 만나고 싶어 하는 심정을 의탁하여 표현하고 있다.
조지훈 <민들레꽃> -3-
▣ 시어 깁고 더하기 ▣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 : 까닭없는 외로움이라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존재론적 고독을 말함.
*민들레꽃 : 시적 화자의 정서가 투영된 소재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 시적 화자의 외로움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 민들레꽃이 시적 자아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로 등장함.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 ① 그의 임이 시적 자아가 도달할 수 없는 아득한 거리에 있음을 노래함. ‘임’이 죽음의 세계에 존재하는지 아니면 아주 먼 곳에 존재하는지는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이 시의 화자는 주관적 상상을 통해 민들레꽃을 사랑하는 임의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나를 찾아 올 수 없는 그 임이, 민들레꽃이 되어 작중 화자 앞에 나타난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시적 화자가 임과 이별한 상태임을 구체적으로 나타냄.
② ‘아득한 거리(距離)’는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임과의 정서적인 거리감을 표현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 임에 대한 그리움이 형상화됨.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 사랑의 영원성, 절대성, 무한성
*병 : 화자가 임을 잊고자 노력해 보아도 임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더 뚜렷이 떠올라 생기는 것임. 그러므로 ‘애틋한 심정의 병’, ‘외로움에 지친 영혼’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 반복 사용 의도-화자가 민들레꽃을 통해 임과의 만남을 이룰 수 있기 때문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 ① 의인화의 수법이 가장 두드러진 시행
② 그 임이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봄->만남의 위안을 삼음.
☞ 1연의 화자가 ‘민들레꽃’을 그리워하는 이유
: 민들레꽃을 임의 화신으로 보기 때문->임은 만날 수도 없는 머나먼 곳에 있고, 민들레꽃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를 통해 임의 모습을 보는 것임.
▶ 김소월의 <초혼>과 이 시의 3연과의 비교
김소월의 <초혼>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는 임이 떠나기 전에 나의 마음속의 말, 즉 사랑의 고백을 전하지 못하였기에 슬픔이 더 크다는 뜻으로 죽은 임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조지훈의 <민들레꽃> 3연은 죽은 임이 아니라도, 내가 죽고 나서도 사랑한다는 말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의 영원함을 다짐하고 있다.
☺··· 주제는 바로 ☞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조지훈 <민들레꽃> -4-
★ 연구 문제 ★
1. 이 시의 화자와 같은 심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은?
①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김남조 <정념의 기>
②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울고 간 그의 영혼/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이.
-신동엽 <산에 언덕에>
③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이육사 <교목>
④ 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 -김수영 <눈>
⑤ 백설(白雪)이 눈부신/하늘 한 모서리//다홍으로/불이 붙는다.//차가울사록/사모치는 정화(情火)//그 뉘를 사모하기에/이 깊은 겨울에 애타게 피는가. -정훈 <동백>
2. 이 시의 2연에서 ‘이 아득한 거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은?
①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티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려 했건만/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신석초 <바라춤>
②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③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서정주 <귀촉도>
④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하나의 소리가 되어. -박남수 <종소리>
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관(冠)이 향기로운 너는/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노천명 <사슴>
3. 이 시의 4연을 영상 화면으로 처리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자가 임에게 주는 민들레꽃을 임이 기쁘게 받고 있다.
② 화자가 바라보고 있는 민들레꽃에 임의 얼굴이 겹치고 있다.
③ 임이 민들레꽃을 들고 화자에게 찾아오고 있다.
④ 생전(生前)의 임이 민들레꽃을 한아름 안고 웃고 있다.
⑤ 화자가 임의 무덤가에 민들레꽃을 들고 찾아가고 있다.
4. 이 시는 2연과 4연에서 반복해서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을 한 화자의 궁극적인 의도를 쓰시오.
5. 이 시의 3연에서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이 뜻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쓰시오.
<정답>은 다음 호에~~*^^*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답
1. ③. 이 시에서는 중년의 노동자가 생계 수단인 삽을 강물에 씻으면서 삶의 슬픔도 함께 씻어버리려 하는데, 화자는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고통을 격앙된 비판의 목소리가 아닌, 절제되고 관조적인 독백으로 일관하여 인생에 대한 성찰의 자세를 보여 준다.
2. ⑤. 이 시의 화자는 가난한 도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실의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스스로 깊어 가는 강’, ‘담배나 피우고’,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등의 시구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해 소극적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감과 실의감이 나타난다. 이처럼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거나 저항하기보다는, 체념적이고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다.
3. ⑤. 시적 화자는 고달픈 자신의 삶에 대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비관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작품 후반부에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뜬 달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달을 본 시적 화자는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그것도 ‘어두워 돌아’ 간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 작품에서 희망을 생각해 내는 것은 작품을 바르게 감상한 것이 아니다.
4. ③. 이 시에서 ‘달’은 저물녘에서 밤으로의 시간 흐름을 제시하고, 더러운 물에 아름다운 달이 뜨는 것을 중첩시킴으로써 서러움의 정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5. ①. ‘우리가 저와 같아서’라는 시구는 2행과 13행에 두 번 나오는데, 2행은 물과 같다는 뜻이고, 13행은 달과 같다는 뜻이다. 물과 달의 속성은 일정한 모습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삶이 물과 달같이 유동적이고 정체성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 삽자루. 삽자루라는 소재를 통해서 시적 화자가 노동자임을 알 수 있으며, 슬픔이라는 것도 노동자로서 느끼는 슬픔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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