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천사와 매운탕을 먹어본 적이 있나요?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나는 "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틈만나면 찾아가는 안면도에는 천사같은 내 친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고교시절부터 지내온 그 친구는 여지껏 단 한 번도 화를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어울려 당구를 치거나 술을 먹거나 밤새 고스톱을 칠때도 할 줄 모르면서도 옆에 앉아 같이 즐거워해주는 친구다.

 

졸업후 들어간 첫 직장에서 안면도로 발령이난 후 남들은 오지로 발령냈다고 일 이년 근무하고 떠나가기 일쑤인 이곳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다. 주일날이면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해주고 오직 회사와 집과 교회밖에 모른다. 성실한 삶이란게 뭔지를 보여주는 친구다. 틈만나면 놀러오라고 하도 성화를 해대서 그렇지않아도 바람쐬러 가고 싶었는데 서해안지방에 폭설이 온다고 하는 일기예보를 듣고는 카메라를 챙겨 길을 떠났다.

눈이 보고 싶었다. 아니... 눈을 맞고 싶었다.

 

 

 

남부터미날에서 태안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이곳에서 다시 안면도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타야된다. 기다리는 동안 점점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차를 가져오지 않은탓에 여유있게 눈 구경을 싫컷 할 수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눈 앞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라고 기억되는 가와바디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이 떠오른다.

 

 

 

이렇게 눈쌓인 안면도에는 처음 와보는 것 같다.

 

 

 

 일부러 버스 맨앞에 앉아 눈앞에 점점 하얗게 펼쳐지는 안면도의 풍경을 감상해줬다. 가끔은 안전벨트가 잘 매어 있는지 확인을 할때도 있었지만....안면도까지 불과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승용차 한 대가 길가 농수로에 빠져 렉카차에 견인 당하기도 하고, 그리 급한 경사가 아닌데도 올라가지 못하는 트럭때문에 꼼짝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차장밖으로 펼쳐지는 눈쌓인 풍경을 보느라 지루하지 않았다.

 

 

 

 

안면도에 도착하니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눈이 오는날 와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는 친구에게 일부러 이런 날 골라서 온거라고 말해주었더니 "그런거야?"라며 웃는다. 내가 무슨말을 하는 내가 뭘 하든 항상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친구다.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탓에 좀 배가 고팠다. 꽃지 해변옆에 있는 회사 단골 횟집이라는 곳으로 날 데리고 간다. 미리 차려놓은 점심상이 거나하다. 둘이 먹을거면서 푸짐하게 먹으라고 4인상으로 차려놓으라고 했단다. 방포항 입구에 있는 "다미횟집" (041-673-1124)

 

 

 

따뜻한 조개탕으로 속풀이를 하고...

 

 

 

허겁지겁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오면서 계속 문자를 보냈는데 왜 문자를 씹느냐고 잔소리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짱구처럼 눈이 똥그래지더니

" 문자를 씹는다는게... 무슨말야?"라고 물어본다. 에휴~ 딴 사람이 이런말을 하면 놀리는가 싶겠지만 이 친구니까 이해가 된다.

  그래서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 친구야. 문자를 씹는다는것은 상대방이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안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건 아주 나쁜짓이고

   매너가 없다고 혼날만한 일이야... 알겠니?"

"응 알았어. 다신 문자 안씹을게."

ㅋ 바로 응용을 하는군...

 

 

 

친구들 얘기... 가족애기.... 회사 얘기...모처럼 따뜻한 방안에 앉아 이런 저런 사는 얘기가 즐거웠다. 어떤 얘기를 해도 눈을 맞춰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잘될꺼야.. 잘 할 수 있어...넌 능력있잖니...라고 격려해주는 친구다.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들이 가득하다.

 

 

 

4년동안 공부한 박사논문이 통과돼서 내일 최종 발표가 난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래 고생많았다. 축하주 한 잔 하자...

젊은 친구들 처럼 풀타임으로 공부한 것도 아닌데 참 대단한 일을 해냈다.

 

 

 

 

 

 

 

처음 먹어본 우럭구이.

우럭을 구이로도 먹을 수 있었구나...정말 맛있다.

 

 

 

 

 

알뜰하게 발라 먹어줬다.

 

 

 

지난 여름에도 이곳에서 우럭회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쫄깃한 우럭회맛이 기가막힌 곳이었다.

이번에도 맛있는 우럭맛을 보여준다. 다른 곳보다 1~2만원 비싼 곳이지만 회를 잘뜨는 주방장이 있어서

이곳에 단골로 온다고 설명해준다.

 

 

 

평소엔 수제비가 들어간 매운탕을 좋아하는데 이곳은 그런 것 없이 칼칼하고 담백하게 매운탕이 끓여나온다.

아! 민물매운탕에만 수제비가 들어가던가? 하여간

우럭 한 마리가 아낌없이 들어간 시원한~ 매운탕에 속이 다 풀린다.

 

 

 

칼칼한 해물탕에 밥을 말아먹는 것도 별미다.

 

 

 

이 친구는 한 여름 휴가철이면 제일 바빠진다. 안면도에 직장이 있는 탓에 여름이면 친구들, 직장 상사들, 대학 선 후배들이 이곳으로 휴가를 오는 바람에 숙소구해주랴, 숨어있는 안면도 해변가에 데리고가 놀아주랴, 맛있는 꼼장어며 회를 사주기도 하고...아이들이 있으면 목장에 데리고가 우유 짜는 실습도 시켜주고 수백만평이 넘는 목장 구경도 시켜주고...하여간 여름 휴가철 내내 그렇게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 없을 정도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언제든지 오기만 하면 연락하라고 기꺼이 반겨준다. 이러기를 벌써 이십년째다.

그래서 가끔은 안면도에 가도 연락안하고 그냥 바람쐬고 오긴 하는데 나중에 알게되면 무지 섭섭해한다.

 

그러니 천사라 불릴만도 하지...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오니 여전히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꽃지해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동안 친구는 회사로 돌아가 잠시 일을 보기로 했다.

난 천사와 매운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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